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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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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대금연주자 박상은 첫 정규 앨범 ‘박상은의 대금-바람에 젖다’ 대금 소리는 가까이서 들을수록 매력적이다. 입에서 대금으로 들어간 바람이 한편에서 새어나고 한편으로는 대금의 중후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가을바람 같은 소리는 잡념을 날린다. 화려한 기교가 들어 있지는 않지만, 지루하지 않고 정신을 맑게 한다. 중견 대금 연주자 박상은(37)의 첫 정규 앨범 ‘박상은의 대금-바람에 젖다’가 꼭 그렇다. 열다섯에 국악계에 입문한 박상은은 KBS 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프레이즈 인 국악’ 진행자로,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음반에는 지난 3~4년간 연주한 곡 중 호응이 좋았던 것을 골랐다. 1950년대 김소희 명창이 작창한 ‘상주아리랑’은 은은한 대금 소리와 명쾌한 피아노 선율이 잘 어우러진 대금 연주곡으로 태어났다 관련기사 더..
국악계 소녀시대 그룹 미지 "국악 꼭 점잖아야 돼? 가요와 새로운 실험중" 그룹 미지는 2010년 '국악계의 소녀시대'라는 타이틀로 데뷔했다. 8명의 여성 멤버가 국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한복 대신 화려한 의상을, 진지한 표정대신 밝은 미소를 머금고 무대 위에 올랐다. 일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한국 전통 음악을 하려면 점잖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었다.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 옳다고 볼 수도 없었다. 미지는 처음 각오를 다시 새겼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길을 가고자 했다. 개인 사정으로 세 명의 멤버가 팀을 떠나고, 올해 새 멤버가 막내로 영입됐다. 6명의 미지가 재탄생했다. 리더 남지인(대금 소금)을 필두로 이경현(해금) 이영현(가야금) 신희선(피리 생황) 진보람(가야금) 송문선(보컬)로 꾸려진 미지는 다 ..
황병기는 누구… 중학교 3학년때 가야금에 빠져 황병기 명인은 국내 최고의 가야금 연주자이자 국악 작곡가다. 국악전공자는 물론 클래식 마니아, 재즈연주자, 비보이 아티스트까지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층은 다양하다. 최근 자신의 가야금 산조작품을 CD로 낸 벨기에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보두앵 드 제르는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 CD를 듣고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병기 명인의 음악은 국악의 층위에서 클래식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한다. 황 명인은 “KBS 클래식 방송에서 서양음악만 틀었을 때도 내 음악은 다른 음악과 어울렸다고 들었고, 르네상스 음악감상실에서도 국악음반 중에서 내 음반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달항아리처럼 순수하고 마음을 비운 듯한 음악을 풀어놓았다가 때로는 전위적인 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미궁’이 대표적이다. 미궁은..
제19회 '방일영 국악상' 성우향 명창을 만나다 6세 때 鼓手 큰아버지께 배워 80세인 지금까지 소리 외길… 남성적 성음의 보성소리 大家 "춘향가·심청가·흥보가 완창, 북 잡아 주셨던 김명환 선생… 그 어른 계셨기에 가능했지" "얼씨구", "잘한다!" 방일영 국악상의 제19회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들고 찾아간 16일 아침, 춘전(春田) 성우향(成又香·80) 명창은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뺑덕어멈 도망가는 대목'을 듣고 있었다. 1976년 김명환·김동준 두 고수의 북으로 녹음한 자신의 실황 음반이었다. 여든의 명창은 자신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연방 추임새를 넣고 있다. "내 노래에 내가 반하고, 내가 홀려야 해. 영락없이 내가 춘향이가 되고, 심청이가 되고, 내가 죽는다는 그런 감정을 흠뻑 넣고 해야 하는 거여. 소리는 하다 말고, 집어치울 수 있는 게..
판소리 현대화 함께한지 8년...소리꾼 이자람-연출가 남인우 브레히트 희곡 ‘사천의 선인’ 판소리로 풀어내 런던 공연 1인15역 150분 연기 기립박수 올림픽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 7월30일 저녁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은 또다른 환호와 기립박수로 뜨거웠다. 이날 한국의 한 여자 소리꾼이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희곡 을 판소리로 풀어낸 공연이 열렸다. 소리꾼 한 사람이 작창과 1인 15역 연기를 도맡아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2시간 30분 내내 풀어내는 동안 객석에서는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인기 없고 낡은 장르로 홀대받는 판소리의 세계화 가능성이 유럽 최대 복합문화지구(사우스뱅크센터)에 자리잡은 공연장에서 영국 관객들 앞에서 싹을 보인 것이다. 그날 뜨거웠던 공연의 주역인 소리꾼 이자람(33)씨와 연출가 남..
부산 춤의 역사인 '마지막 동래 한량' 동래야류 명예보유자 문장원 씨 별세 '마지막 동래 한량'으로 불리던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문장원 상임고문이 22일 오후 1시 26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류 명예보유자인 고인은 1967년 동래야류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은 1세대 전승자다. 동래학춤과 동래한량춤 등이 시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되고 이를 복원하는 데 구심점이 된, 고인의 삶 그 자체가 부산 춤의 역사였다. 향년 95세…학춤·한량춤 복원에 구심점 '소리는 전라도, 춤은 경상도, 그중에서도 제일은 동래'란 말은 바로 고인을 두고 한 말이었다. 1990년대 초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팡이를 짚고 다녔지만, 춤판에 오르면 언제 앓았느냐는 듯이 춤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슬쩍 팔 하나만 들어 올렸을 뿐인데 백 근의 무게감이..
채상소고춤 명인 김운태, 여수 엑스포 공연 최고 인기 흰띠 너풀, 허공 40번 빙글… 박수가 내 밥 누워서 회전 '자반뒤집기' 백미 1960년대 인기 여성농악단 부활,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유랑극단 단장이었다. 6살 때부터 소고춤을 추는 소년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비 새는 포장극장이 그의 예술의전당이었다. 식용유로 밥 비벼 허기를 다스렸다. 그 후 40년, 채상소고춤의 명인(名人) 김운태(49)가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땅에 땀으로 이룩한 감동으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전라남도 여수시 엑스포 전시장 전통마당에서 그는 빙글빙글 채상(흰 띠를 단 상모)을 돌리고 있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주최하는 '연희단 팔산대' 공연이다. 엑스포가 폐막하는 내달 12일까지 하루 3~4회 올린다. 원래 이름은 연희..
시조창 외길 인생 50년…전북 무형문화재 14호 김영희씨 인터뷰 끊길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기는 ‘시조창’의 매력 “시조는 문학이지만, 창으로 부르면 음악이 됩니다. 그게 바로 시조창이지요. 과거 우리나라의 궁중음악으로서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선비들이 불러 ‘정악(正樂)’이라고도 했지요. 선비들은 시조창을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지난 4월, 완제시조창 부문 전라북도 무형문화제 제14호 예능보유자로 선정된 김영희(61) 명창의 설명이다. 김 명창은 10살에 시조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김월하, 정경태, 임산본, 설명규, 박인수 선생으로부터 사사해왔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시조창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시를 가사로 부르는 것을 말한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 부문 장원, 전국정가경연대회 가곡부문에서 대상을 받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