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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뺑덕어멈, 줄리엣의 유모, 향단이….
국립창극단원 서정금 씨(35)는 조연만 맡아왔다. 외모 때문이었다. 주인공만 기억하는 서러운 세상이지만 그는 고군분투했다. 구수한 소리와 개성 있는 연기로 명품 조연 반열에 올랐다. 덕분에 주인공은 바뀌어도 그는 항상 무대를 지킬 수 있었다.
공연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의 존재는 더 선명해졌다. 관객들은 어느샌가 그에게 빠져들었다. 최근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에서 토끼는 잊지 못할 명연이었다. 이제 완전히 떴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그가 무대의 온전한 주인이 된다. 14일 오후 3시,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모노 판소리 `정금씨&호박씨`를 공연한다. 국립극장 예술단원 중에 스타성을 갖춘 배우를 발굴하는 기획시리즈 중 하나다.
서씨는 창극과 판소리, 민요, 비나리 등 다양한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판소리 `심청가` 중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대목에서 시작해 흥겨운 타악 장단에 맞춰 굿판이 벌어진다. 가야금 병창과 가야금 산조 `김죽파류`를 연주하면서 더 깊은 소리를 들려준다. `수궁가` 중 토끼가 살아서 세상으로 나오는 대목에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임 무용수 6명과 소리꾼 남상일, 연출ㆍ안무가 정길만, 가야금 연주자 강화정 씨 등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
(02)2280-4114~6
매일경제 전지현 기자 --> 기사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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