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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이야기

가야금 앙상블 '소리애'- 전통·현대 녹인 ‘퓨전 가락’ … “국악 대중화 우리 손으로”





"잔잔한 호수에 갑자기 성난 파도가 일자 사위가 별안간 어두워지고 한가로이 떠다니던 백조와 오리떼는 순식간에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어디선가 청아하고 은은한 가락 소리가 들려오자 먹구름 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비추고 성난 파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이내 후두둑 거리며 호수를 떠났던 백조와 오리떼가 다시 돌아와 사랑을 속삭이며 평화를 만끽했다.”
마치 무협지에 등장하는 무림의 고수처럼 가야금을 옆에 끼고 청아하고 맑은 가락으로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여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혜경(36) 단장을 중심으로 우연희(31)·홍민주(29)·홍영주(32)·홍기숙(33) 단원 등 5명으로 구성된 가야금 앙상블 '소리애'가 한국 고유의 전통가락을 대중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단원들은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가야금을 전공한 전문가들로 충남에서는 유일한 가야금 앙상블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현재 충남외고·신방중·천안중·두정초 등 충남지역 초·중등학교에서 파견 음악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단원들은 결성부터 이색적인 탄생 비화를 담고 있다. 주혜경 단장은 소리애는 우연처럼 얽혀 운명처럼 시작된 사조직(?)이라고 말한다.

 “문광부에서 한해 몇 차례씩 연수를 받게 되는데 한 방에 모였던 5명이 지금의 소리애 단원이 됐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5명 모두가 천안, 아산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우연치고는 너무 뜻밖이라고 다들 생각했지요. 민주와 영주, 기숙이는 원래 천안에 거주하고 있었고 저와 연희는 천안에 사는 남편을 만나 제2의 고향이 됐죠. 이후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어졌고 작은 힘이지만 국악의 대중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데 의견을 모아 지난해 3월 '소리애'를 결성하게 됐어요. 지금도 전통을 기반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퓨전 공연을 기획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가야금 전문가들로 구성된 앙상블이 없었던 탓에 소리애는 결성 이후 빠르게 인지도가 올라갔다. 2011년 3월 결성해 7월 창단 공연을 한 후 매년 10여 차례 이상의 공연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지난 17일 천안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2번째 정기연주회도 400여 석의 객석이 모두 찼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악기를 혼자서 연주하는 형식의 가야금 산조를 비롯, 25현 가야금을 위한 4중주 도라지, 시작은 웅장하고 흥겨우면서 신명 나게 마무리되는 실내 악곡 '배 띄워라' 등 다양한 가락을 연주했다. 또 가야금 연주에 맞춰 프로 댄스 스포츠 선수들이 열정적인 댄스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공연의 압권은 가야금으로 듣는 영화·드라마 OST 공연이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메인 테마곡인 '눈의 꽃'과 '신사의 품격'의 '하이하이' 등 대중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음악들을 직접 편곡하고 초연해 열화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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