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악공연정보/서울

굿과 극을 뒤집은 진짜같은 가짜굿 - 허창열씨 오구굿 공연

창단 5주년을 맞은 연희집단 The 광대가 국립국악원의 젊은 국악인 지원사업인 공감! 청년국악에 선정되어 2011년 12월 21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The 광대들만의 색다른 굿판을 벌인다.

전통연희의 현대적인 창작을 지향하는 연희집단 The 광대는 버나놀이를 중심으로 한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 탈춤을 중심연희로 한 거리광대극 홀림낚시에 이어 전통연희의 요소 중 그 한가지를 집중 탐구하여 작품을 창작하는 전통연희 프리즘프로젝트 제3탄으로 굿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 하겠다.

굿은 그 형식은 제의이지만 춤, 소리, 장단, 극 등이 가득한 예술의 원천으로써 전통예술의 근간이 되고 있다. The 광대는 춤, 재담, 음악, 소리가 모두 가능한 유일한 전통연희 단체로서 전통적인 굿을 The 광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구성해보고자 한다.

공연의 주인공 허창열은 연희집단 The 광대의 단원으로 고성오광대의 문둥북춤을 잘 추는 춤꾼이다. 이번 허창열씨 오구굿에서는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꽃다운 청년 허창열을 망자로 설정하고 청신(請神) 오신(娛神), 송신(送神)의 형식을 모두 갖춘 진짜 굿을 선보인다. 우리는 그의 혼을 불러다가 무대 위로 모신 뒤 쑥물, 향물, 맑은 물에 씻기고 좋아했던 춤을 실컷 추게 한 뒤 평소에 애지중지했던 나이키 운동화를 신겨 보내줄 것이다.

이것은 굿과 극을 뒤집은 광대들의 가짜굿이자 진짜극이다. 굿주인인 허창열씨는 거짓이지만, 굿은 제대로 치러진다. 주인공인 허창열씨는 진짜지만, 그가 겪는 일은 모두 허구이다. 광대들은 굿과 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두 가지 목표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오구굿은 전통연희 작업에 떠오르는 젊은 연출가 김서진이 The 광대와의 세 번째 조우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광대를 위한 리얼한 굿판을 만들어내고, 남해안별신굿 이수자인 젊은 명인 황민왕이 음악감독을 맡아 기존의 굿연주에서 벗어난 타악 악기와 소리만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굿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동해안별신굿, 진도씻김굿, 남해안 별신굿의 다양한 소리와 제의 형식들을 엿볼 수 있으며 망자인 허창열의 고성오광대 문둥북춤의 새로운 해석과 진도다시래기를 모티브로 한 선영욱의 맛깔스럽게 창작된 재담은 이번 공연을 진정한 살아있는 굿판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번 공연의 또 하나의 색다른 시도는 실존 인물의 오구굿 공연 컨셉을 살리기 위한 공연장 분위기이다. 스텝들은 모두 상복을 입을 예정이며 공연 입장을 위해서 관객들은 공연 티켓이 아닌 조의금을 준비해야 하고 장례식에 어울리는 화려하지 않은 복장을 하고 공연장을 장례식장처럼 찾아야 한다. 즉 관객은 굿을 구경하러 온 관객이 아닌 허창열의 장례식에 참여하러 온 조문객이 되는 것이며 손님이자 굿의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굿판은 죽은자와 산자 모두를 위한, 슬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함축적인 형식으로 구현되는 제의이다. 이번 연희집단 The 광대의 허창열씨 오구굿 공연은 전통적인 굿의 형식과 실제가 어우러진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전통 굿의 멋과 의미를 우리의 삶, 죽음과 연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또한 2011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2012년을 맞이하는 관객들이 함께 복을 빌고 서로를 어루만져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 코카뉴스 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