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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이야기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 "싸이 노래 가야금 반주 가능해야"



이지영 프로필

전통과 전위 사이 치열한 전투 "싸이 노래 가야금 반주 가능해야"
현대음악앙상블 15년째 이끌어 "통일 되면 北서 가르치고 싶어"

"가야금의 전통에서 가장 전위적인 연주가." 이름 앞에 덧씌워져 흔히 통용되는 저 같은 형용보다 서울대 음대 국악과 이지영(48) 교수는 그냥 '이 시대 가야금 연주자'라 불리기를 원한다. 전통과 전위라는 두 극단을 오가며 내면에서 벌여 온 치열한 전투를 그렇게 눙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삭풍 나부끼는 최전선에 서 있다.

가야금 1대에 세 명이 달라 붙어 연주하는'뻥쟁이 아줌마, 강아지와 주지 스님', 로날드 워맥 하와이 음대 교수가 고난도 공중 곡예를 묘사해 헌정한 'High Act' 연주 등 최근까지도 멈추지 않는 공격적 행보에는 아방가르드라는 말이 제격이다. 이 대목에서 이 교수는 '중요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ㆍ병창 이수자, 정악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정농악회에 최연소로 입단, 20여 년째 활동 중'이라는 프로필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시작은 전통이었죠. 시골에서 구전으로 악가무를 익힌 뒤 경주의 고전무용 학원에서 공부했어요."선조들의 DNA를 올곧게 전수 받는, 참 좋은 공부였다고 그는 기억한다. "천천히 느리게 시작해 희로애락을 모자이크해 가는 가야금산조는 곧 내 삶의 이야기예요." 지난해 5월 스웨덴 웁살라시의 홀 콘서트&콩그레스가 초청해 치렀던 연주는 국내서도 드문 산조 전바탕으로, 숨소리도 안 내고 몰입하던 당시 객석은 그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15년째 이끌고 있는 현대음악앙상블(CMEK)이 펼치는 전위적 무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객석을 매료시킨다. "창단한 1998년 베를린에서 호랑이해를 기념해 만든 총체적 무대에 가서 연주한 현악 3중주와 가야금곡 '원근'이 폭발적 반응을 얻었죠."

이후 지금까지, 가야금과 현대음악의 상생 가능성을 다양한 경로로 확인해 오고 있다. 그가 쓴 <연주가ㆍ작곡가를 위한 현대 가야금 기법>(서울대출판부)은 우리 음악사에서 획을 그었다. 2011년부터의 워크숍 자료가 집성된 이 책을 가리켜 그는 "가야금의 현대적 모습을 '완전히' 보여준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후학들에게 거는 기대에는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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