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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꿈은 역시 용꿈이 으뜸!

운세를 점치는 사람들은 용꿈은 신분의 상승이나 시험 합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면 출세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고, 용이 하늘에서 크게 울면 권력을 얻는다고 풀이한다.

동양에서는 용꿈을 으뜸으로 친다. 사진은 중국 북경의 자금성 담장에 그려진 용그림이다. | 이봉섭 기자

설날, 음력으로 정초이니 임진년(壬辰年)이 실제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가족들이 모여 재미삼아 토정비결을 보거나 한 해의 운세를 점치는 일도 흔한 일이다. 윷놀이도 한 해의 길흉을 윷을 던져 괘를 뽑던 일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앞일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고, 특히 꿈이 미래의 전조라고 보는 생각도 뿌리 깊다.

꿈 중에는 뭐니 해도 용꿈을 으뜸으로 친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이며, 부귀의 표상이므로 꿈에서 용을 보면 운수대통하고 소원성취한다고 믿는 것이다. “용은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전하는 특별한 상징이다. 용 문양의 부적을 쓰거나, 용 모양의 물건을 지녀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예부터 흔한 일이다.” 임진년을 맞아 ‘용, 꿈을 꾸다’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김윤정 학예연구사는 실생활 속에 용의 흔적이 생각보다 많다고 전한다. 특히 민속 중에 베개머리에 용 문양을 새기거나 이불에 용을 새기는 일도 용꿈을 꾸는 비방 중의 하나였다고 전한다. 용을 자주 봐야 꿈속에서도 용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용꿈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운세를 점치는 사람들은 용꿈은 신분의 상승이나 시험 합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면 출세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고, 용이 하늘에서 크게 울면 권력을 얻는다고 풀이한다. 용과 싸우다가 용에 물려 죽으면 사업 성공의 대운을 맞게 되고, 반대로 용을 죽이면 재력가나 권력가인 상대를 꺾어 이기므로 소원을 성취한다는 식이다.

용꿈과 로또 당첨의 관계는
용꿈이 태몽이나 결혼과 관련됐다는 주장도 흔하다. 용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큰 인물을 잉태하거나 좋은 배우자를 얻을 징조로 해석한다. 처녀가 용을 타고 날면 훌륭한 배필을 만날 운이고, 몸에 감기면 관록을 얻을 자식을 볼 태몽으로 해석한다. 수험생이 용이 토한 불에 맞거나 용에 올라타면 합격의 운세라고 본다. 민담에 용꿈을 꾸고 귀한 자식을 얻거나 과거 급제하였다는 이야기도 흔하게 전해지고 있다.

용꿈이라고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용을 두려워하여 쫓기다가 꿈을 깨면 권세를 잃게 되고, 승천하는 용이 떨어지면 명예나 지위를 잃을 암시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용꿈은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는 의미거나 굴복을 강요하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의 표상으로 자주 쓰인다.

대만의 한 절에 있는 용머리 문양 지붕장식. | 위키미디어 커먼

직장인의 신년 소망 중 늘 수위를 차지하는 것이 로또 당첨이다. 용꿈을 꾸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로또를 사는 것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실제 용꿈과 로또 당첨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관계도 없었다. 2005년 로또 1등에 당첨된 250명의 꿈 중에서 용꿈은 없었다. 대신 조상님 꿈을 꾸고 당첨된 사례가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많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돈다발을 전해주거나, 꿈속에 나타나 안아주고 미소를 보였다는 식이다. 그밖에도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집안에 멧돼지가 몰려들어오거나 피를 흘리는 꿈을 꾸고 당첨된 경우도 소수 있었다. 돈과 관련해서는 용보다 돼지꿈이라는 속설이 들어맞았다. 통계대로라면 팔자를 펴게 해주는 존재는 용이 아니라 조상님인 셈이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용꿈을 꾸고 우승의 영광을 얻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한다. 2006년 미국 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김주미 선수는 동생의 용꿈을 산 후 영광을 얻었다고 한다. 용꿈을 꾸고 고시에 붙거나 승진하게 됐다는 성공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포츠나 시험은 우연이나 운수보다 컨디션과 마음가짐에 더 크게 좌우되므로 용꿈이 영험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볼 것이다.

용꿈 꾸고 싶으면 용 자주 보라
꿈이 비현실적이거나 미래를 예지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특질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신화학자 조지프 켐벨은 “인간은 꿈을 통해 자기 존재의 근원과 만난다. 꿈이 현실과 다른 것은 우주의 초기부터 우리 영혼과 기억에 새겨진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꿈을 통해 신화를 체험하고, 삶의 목표를 정립해간다”고 했다.

설날이면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가는 현실적인 꿈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는 일도 자주 있다. 제일 많이 공표하는 꿈은 ‘금연’, 가장 이루기 힘든 결심도 ‘금연’이라 한다. 작년 벽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직장인이 꼽은 가장 큰 소망은 ‘저축’이었다고 한다. 또 가장 듣고 싶어 하는 한 해 동안의 세상소식도 경기회복이었다고 전한다. 그 다음으로 남녀에 따라 승진, 이직, 다이어트 성공, 외국어 숙달 등이 뒤따랐다. 그만큼 세상살이에 위축돼 현실적인 소망이 꿈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1년이 지났지만 올해도 바라는 바는 크게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되다보니 마음이 많이 위축되어 있다. 직장에서의 긴장도 한계까지 와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관심이 쏠려 있어 좀 더 이상적인 꿈은 찾아보기 힘들다. 꿈보다 하루하루의 어려움을 해결하기가 벅차다.” 어느 40대 직장인 가장이 털어놓은 꿈 없는 현실의 고백이다.

상담전문가들은 불황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이 깊을수록 현실을 넘어선 꿈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새해 세세한 일들을 해결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그것들을 이루지 못할 때 오히려 자신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차라리 현실적인 꿈보다는 10년 후의 여행이라든가,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권유이다.

용꿈을 꾸고 싶으면 용을 자주 보라고 했다. 용을 볼 수 없으니 용의 그림이라도 자주 보라고 한다. 임진년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설날 가족과 함께 글로 적어두고 자주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꿈과 소망을 잊지 않아야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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