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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이야기

'강정숙 명창' 하루 18시간 연습벌레…가야금병창 맥 잇는 최고의 예인



강정숙 프로필 

"말없는 저 나무토막을 몸채로 가진 가야금과 대화하려면 밥 먹고 자는 시간 말고는 오로지 '연습'만이 길이었죠. 제 인생은 가야금입니다. 가야금으로 고생도 했고, 또 인생의 보람과 즐거움도 맛봤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어느 좁은 골목길 안. 한 유치원 건물 4층에 가야금을 타고, 판소리를 노래하는 여성들이 모여 있다. '가야금병창보존회' 회원들이다. 지그시 누르는 왼손가락과 자유분방하게 넘실거리는 오른손가락으로 명주실 가야금 줄은 청아하고 맑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구슬프고 애처로운 판소리 가락이 더해진다.

회원들이 "선생님~"하며 따르는 명인이 있다. 바로 판소리ㆍ가야금산조(악기를 혼자서 연주하는 형식)ㆍ가야금병창(소리와 연주가 함께 이뤄지는 형식)로 국악계에 독보적인 존재인 강정숙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ㆍ여ㆍ61)이다.


강씨는 나이답지 않은 동안에다 작은 몸집에도 활력이 넘쳐보였다. 다만 다소 쉬어 있는 목소리, 움푹 패이고 상처투성인 손가락들이 지난 세월 그가 살아온 내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강씨는 요즘 제자들과 가야금병창을 가르쳐준 스승 박귀희 선생을 기리는 '향음제' 준비에 한창이다. "하루 18시간 넘게 연습 중이에요. 벌써 11년째 이 행사를 열고 있지요."

전라도 남원에서 판소리를 익힌 강씨는 19살 때부터 강도근, 박초월, 김소희 , 박동진 등 최고의 명창들로부터 본격적으로 판소리 수업을 받았다. 박귀희 선생으로부터 병창을, 서공철 선생에게는 가야금산조를 이수했다. 전통 무용ㆍ소리ㆍ연주ㆍ연기 등 다양한 예능이 접목된 창극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 그는 국립창극단 스타로도 유명세를 날렸다. 틈틈이 방송과 해외공연, 뮤지컬까지 두루 섭렵한 인기스타였다. 이후 서공철류 산조를 연주하며 우리 소리를 부르는 '가야금병창'에 집중하면서 국립국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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