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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이야기/김운태

채상소고춤 명인 김운태, 여수 엑스포 공연 최고 인기



흰띠 너풀, 허공 40번 빙글… 박수가 내 밥

누워서 회전 '자반뒤집기' 백미
1960년대 인기 여성농악단 부활,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유랑극단 단장이었다. 6살 때부터 소고춤을 추는 소년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비 새는 포장극장이 그의 예술의전당이었다. 식용유로 밥 비벼 허기를 다스렸다.

그 후 40년, 채상소고춤의 명인(名人) 김운태(49)가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땅에 땀으로 이룩한 감동으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전라남도 여수시 엑스포 전시장 전통마당에서 그는 빙글빙글 채상(흰 띠를 단 상모)을 돌리고 있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주최하는 '연희단 팔산대' 공연이다. 엑스포가 폐막하는 내달 12일까지 하루 3~4회 올린다. 원래 이름은 연희단 농악단. 하지만 '최첨단 과학 전시장에 구닥다리 농악이 웬 말이냐'는 반응에 이름을 바꿨다. 그 '구닥다리'가 엑스포 최고 인기 공연이다.

여수엑스포 최고 인기 공연

오후 3시 30분, 징이 울리면서 농악 판굿과 북춤이 시작됐다. 그의 순서는 세 번째. 소고를 치고 발장단 추기를 5분쯤, 가운데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선다. 춤을 추는 김운태에게 다가가더니 꼬깃꼬깃 만원짜리 한 장을 모자에 찔려준다. 구석에 서 있던 아저씨도 다가온다. 얼쑤얼쑤 덩실덩실 허리와 엉덩이가 저절로 흔들린다.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허리춤에 넣어준다. 신이 난 김운태의 두 발은 착지하는가 싶더니 바로 땅을 차고 뛰어올랐다. 머리를 돌릴 때마다 길고 흰 띠가 빙그르르 돌며 허공에 흰 수레바퀴를 그렸다. 앉고 서고 기댄 관객 300명의 환호성이 공연장을 흔들었다.

비 오듯 땀을 흘리던 그는 기자에게 "이 박수가 내 밥"이라고 말했다. "저는 박수가 없으면 죽을 겁니다. 어떤 무용가는 춤으로 철학을 전하려 한다지만, 전 그런 거 몰라요. 사람들 박수 받고 살려고 춤추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전립(戰笠)에 흰 띠를 달아 돌리면서 추는 채상소고춤은 머리에서는 채상이 놀고, 손에서는 소고가 놀고, 발에서는 장단이 논다. 공중을 나는 듯이 누워서 회전하는 '자반뒤집기'가 백미. 김운태의 춤은 호남·영남·경기 지역의 장단이 고루 살아 있어 가장 멋있고 뛰어난 소고춤으로 꼽힌다. 그의 춤은 많게는 한 번에 40번을 돈다. 처음에는 팽이처럼 돌다가 45도로 기울여서 '자반뒤집기'를 하고, 이어 발끝을 떼고 공중에서 도는 '두루걸이'가 기어 변속하듯 삼단뛰기로 이어진다. 1회 공연에 200회 정도를 도니, 하루 4번 공연이면 800번을 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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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 [국악인 이야기/김운태] - 제주에 터잡은 채상소고춤 김운태 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