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을 넘으면 또 벽이 있었다. 스물네 살 가객(歌客) 이현아 씨의 삶이 그랬다. 지난달 25일 국립국악원이 주최하는 ‘온 나라 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대통령상)에 호명된 순간부터 상을 받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 울었다. 2년 전만 해도 국악인으로서의 삶은접어야겠다고 체념했던 그였다. 그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빛도 구별하지 못한다. 임신 7개월 만에 800g 미숙아로 태어나 곧바로 인큐베이터에 옮겨졌다. 갓난아이는 산소 과다 투입으로 망막이 손상됐다.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안구가 파열됐다. 그는 이 시대의 ‘송화’(‘서편제’의 여주인공)다. 그의 맑고 고운 소리에는 애잔함이 깃들어있다. 》
2011년 중앙대 국악대를 졸업하기 직전이었다. 대학 동기들은 하나둘씩 취직을 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무대에서 노래하고픈 간절한 마음은 잿빛으로 변했다. ‘여기서 소리 인생이 끝나는구나.’ 대학까지 마치고 집에서 놀 수는 없었다. 그는 서울맹학교의 안마사 양성 과정에 지원했다. 합격 통지서가 참담한 마음에 묵직하게 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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