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40돌 공연·세미나
판소리·춤·악기 숱한 예인 배출 ,심수봉도 후손 … 자료집 발간
1949년 2월 신무용가 조택원의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 공연에 악사로 초청된 심 명인 일가의 모습. 앉아 있는 이 왼쪽부터 심상건과 그의 딸 심태진. 부녀는 공연 뒤 미국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사진 연낙재]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내포제 전통가무악의 기틀을 잡은 심정순 명인, 심 명인의 조카 심상건, 장녀 심매향.소리에 피 내림이 있다면 이 집안은 길고 진하기가 으뜸이다. 국악 예인 심정순(1873~1937)으로부터 대중가수 심수봉(58)까지 100년 너머 이어져온 악가무(樂歌舞)의 유전자가 가문에 뿌리 깊다. 소리면 소리, 악기면 악기, 춤이면 춤, 무대에만 서면 흥이 난만했던 가족사가 흥미롭다.
심정순은 판소리와 가야금산조·병창 등으로 20세기 초 대중에게 인기를 모았던 명인이다. 그가 일제강점기에 취입한 유성기 LP판은 지금도 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져 있었다. 큰아들 재덕(1899~1967), 큰딸 매향(1907~27), 작은딸 화영(1913~2009), 조카 상건(1889~1965) 등 2세대를 비롯해 가수 심수봉씨 등 3세대, 소리꾼이자 춤꾼인 이애리(34)씨 등 4세대까지 예능계에서 일하는 직계 피붙이가 수십 명을 헤아린다.
이렇듯 천부적 재능을 지닌 명인들이 널리 퍼지면서 '내포제(內浦制)'를 대표하는 전통예인 집안으로 자리매김했다. 내포는 충남 예산·당진·서산·홍성 등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예부터 살기 좋던 이 땅에서 유행했던 가무악의 기법을 이른다. 내포제의 특성을 지닌 판소리 창법을 중고제(中高制)라고 불렀다.
심정순 일가의 신화가 시들해진 것은 중고제에 비해 극적인 음악성을 지닌 서편제(西便制)와 동편제(東便制)가 판소리계의 양대 산맥으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서름제'라 불릴 만큼 여성적인 한의 소리로 청중의 가슴을 파고든 서편제, 남성적인 웅장한 기상으로 '호령제'란 별칭을 얻은 동편제에 비해 다소 밋밋하고 소박한 중고제는 점차 무대를 잃고 말았다. 국가가 지원하는 무형문화재 지정에서 밀리고, 학교에서도 후계자가 줄어드니 내포제의 영광은 전설로 사그라지는 듯했다.
춤자료관 연낙재(관장 성기숙)가 심정순 선생 탄생 140주년, 그의 딸 심화영 선생 출생 100년을 맞아 '내포제 전통가무악의 재발견'을 내건 까닭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목소리, 대중음악사에서 심금을 울렸던 목청의 맥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과 학술세미나를 기획했다. ☎ 02-741-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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