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연 프로필
머리를 곱게 쪽을 진 여인이 윤기가 흐르는 한복을 입고 나타난다. 어깨에서 팔 끝으로 떨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과 넘실거리는 치마폭에 넋을 잃을 때 즈음 말간 얼굴 아래로 구성진 가락이 터져 나온다. 그 소리가 신통방통하여 꽉 막힌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국악’소리가 한 번 터지기 위해 젊은 국악인들은 수백 수만 번의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고귀한 것일수록 거대한 고통이 수반된다는 진실은 ‘국악’에도 어김없이 작용했다.
퓨전국악이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악이 살기 위한 환경은 녹록치 않다.
퓨전이 한국의 전통을 세계에 알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퓨전 도입은 오히려 진짜 전통 국악이 설 자리를 빼앗아 갔다.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의 진짜 ‘전통’ 국악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정도다. 또 진짜 전통 국악을 하는 ‘명창’이 되는 길도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소리꾼이 될 수 있는 길이 사방팔방으로 열렸다고 해도 오히려 제대로 된 소리꾼은 줄었다. 이 때문일까, 국악의 젊은 피 김보연(39)씨의 행보는 반갑다.
그는 1988년 명창 김혜란 선생께 경기민요를 사사받고, 2009년 최창남 선생께 선소리산타령을 사사받은 숨은 인재다. 특히 15살 때부터 명창 김혜란 선생의 첫 제자로 들어가 20여 년간 명맥과 피를 이어받고 수련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중이다. 2011년 첫 독집 음반을 낸 그는 한국 전통 소리를 찾아 점점 잊혀가는 우리 전통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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