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 경상남도 고성 문화재 : 중요무형 문화재 7 (1964년)
소개 :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정월 대보름에 행하는 탈놀이.
고성오광대는 탈을 쓰고 음악반주에 맞춰 춤을 추며 대사를 주고받는 연희이다.
관련 정일 : 대보름
[정의]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정월 대보름에 행하는 탈놀이.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이다. 고성오광대는 탈을 쓰고 태평소·북·장구·꽹과리·징 등의 음악반주에 맞춰 춤을 추며 대사를 주고받는 연희(演戱)이다.
[유래]
유래와 관련된 몇 가지 구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900년경 통영오광대 공연을 보고 고성사람들이 재미있으니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하여 시작하였거나 통영오광대를 아는 사람이 고성에 와서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촌파 인사들이 창원오광대에서 배웠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맞던 고성 주변에서 연희되었던 오광대의 영향으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초반까지 고성오광대놀이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주로 연희되었다. 정월 초순에 일심계원(一心契員)들이 농악대를 편성하여 고성읍내의 각 가정과 상점을 돌며 걸립을 하여 오광대놀이 비용을 마련했다. 공연하기 7~8일 전에는 도독골 산기슭에 있는 잔디밭에서 오광대 탈놀이 연습을 했다. 마을 전체의 행사이면서 구나의식(驅儺儀式)과 축원의 의미를 지닌 일종의 종교적 행사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놀이 당일 저녁 오광대패가 풍물을 울리며 읍내를 한 바퀴 돌고 탈놀음 장소인 고성장터 넓은 마당으로 가서 밤새워 놀았다. 이 밖에 객사마당이나 무량리 잔디밭에서 놀이를 한 적도 있었다.
현재(2000)의 연희는 제1과장 문둥북춤, 제2과장 양반과장, 제3과장 비비과장, 제4과장 승무, 제5과장 저밀주(제밀주) 순으로 공연한다. 고성오광대의 연출 형태는 다른 민속가면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면을 쓴 연희자가 춤을 추고 동작을 하면서 대화와 노래를 곁들여 진행하는 탈춤놀이다. 춤은 굿거리장단에 따라 덧뵈기를 춘다. 남사당의 탈놀음을 덧뵈기라 부르는 것처럼 탈놀음 자체를 일컫기도 하지만 덧뵈기춤은 영남지방의 대표적인 토속무(土俗舞)로 일자(一字)사위와 활개춤이 주류를 이루며 한 번씩 배기는 허튼춤이다.
등장인물 일동이 추는 춤은 과장과 과장을 나누어 주는 구실을 하면서 주제가 다른 과장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구실도 한다. 동작은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연기하는데, 대체로 몸짓의 폭이 큰 과장된 표현을 한다. 대화는 흔히 재담(才談)이라 하며 재치와 풍자적으로 가사를 고쳐 부르기 위주로 한다. 대사는 비교적 고정적인 구비관용구(口碑慣用句)와 그때그때에 변하는 즉흥적인 말로 구성되어 있다. 연희공간이 원형이라 등장인물이 대화를 할 때에는 빙 돌면서 같은 말을 몇 번 되풀이하는 경우가 잦아 반복적인 대화 표현이 많다. 노래는 사건의 줄거리와 관계가 있는 것도 부르고 극적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있다.
고성오광대도 다른 오광대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줄거리로 된 연희가 아니라 주제가 다른 몇 개의 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과장의 주제는 다른 오광대와 같으나 앞뒤에 오방신장무(五方神將舞)나 사자무(獅子舞) 같은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의식무가 없고, 주로 오락성이 강한 과장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탈고사는 정기 공연 때만 올리는데 탈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지신(地神)과 천신(天神), 고성오광대를 놀았던 선사들께 탈놀이의 시작을 고하는 의식을 진행한다. 유교적 제례절차와 굿의 부정거리 요소가 결합된 형식으로 진행된다. 탈고사는 제상을 마련하고 주변에 깃발과 신간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세우며 제상 좌우에 공연 때 쓸 탈을 놓는다. 그리고 고인이 된 고성오광대의 예인들 사진을 놓는다.
① 문둥북춤 : 문둥북춤의 여러 동작은 슬픔과 기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삶의 중요한 부분들도 보여 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농사짓는 모습, 수확하는 모습, 수확된 곡식(보리)을 갈아서 바람에 날려 깍지를 버리고 먹는 모습, 손에 붙은 파리를 잡기 위해 어르는 모습, 잡은 파리를 입에 넣는 모습, 코를 푸는 모습 등도 보여 준다. 문둥북춤의 특징은 한을 표현하는 전반부와 한의 승화를 표현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천형의 한을 드러내는 슬픔의 춤이 전반부를 이룬다면 북과 북채를 쥔 채 한을 승화하는 기쁨의 춤이 후반부라고 할 수 있다.
② 양반춤 : 마부인 말뚝이가 양반을 조롱하는 대사를 주고받으며 양반과 어울려 춤을 추는 과장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원양반 1명, 젓양반(곁양반) 2명, 양반 3명이 등장했으나 요즘은 중앙황제양반·동방청제양반·서방백제양반·남방적제양반·북방흑제양반 5명과 홍백양반·종가도령이 등장한다. 양반 중에는 중앙황제양반이 춤과 동작선을 주도한다. 특징적인 춤으로는 배김새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양반들과 말뚝이가 함께 어우러지는 배김새는 힘차면서도 조화롭다. ‘고개사위’하면서 가운데를 향해 ‘안쪽보기’ 사위를 취하기도 하고 바깥을 향해 ‘앉아배기기’를 취하기도 하는데 이 과장에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인 한국춤의 정수가 보여준다. 또 양반 5명과 홍백가·종가도령 등 7명의 양반계 등장인물과 말뚝이가 함께 추는 군무, 그 중에서도 까치걸음과 칼뽑기 춤사위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들이는 신비로움을 보이면서 군무의 조화로움까지 보여준다. 양반춤은 고성오광대가 민속연희에서 보여주기 위한 공연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말뚝이춤은 양반춤보다 보폭이 크고 고개사위도 크다. 그래서 삶의 힘이 넘치는 존재로 그려진다.
③ 비비양반춤 : 양반 아흔아홉 명을 잡아먹은 상상의 동물 비비가 양반 한 명을 더 잡아먹어야 승천할 수 있기 때문에 비비양반을 격렬하게 몰아붙이는 과장이다. 비비양반의 부채와 지팡이가 긴장감을 돋우는 소품으로 작용한다. 비비는 다른 오광대와 달리 “비비” 하는 호드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악사석에서 태평소로 “비비” 하고 소리를 낸다.
④ 승무 : 승무과장은 승려의 파계적 행동을 보여주는 과장이다. 선녀(소무에 해당)가 먼저 등장하여 춤을 추고 있으면 승려가 등장하여 이어 선녀를 유혹하여 함께 퇴장한다. 유혹하려는 존재가 먼저 등장하여 유혹의 함정, 즉 분위기를 형성한 다음 유혹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등장하여 분위기에 휘말리는 개연적 공연이 되게 하였다. 대사는 없고 승려의 춤 위주로 된 과장이다.
⑤ 제밀주춤 : 저밀주(첩), 큰어미(할미), 시골영감 사이의 갈등이 그려지는 과장이다. 큰어미는 물레를 잣는 등 노동으로 평생을 살아왔음을 보여준다. 시골영감이 가출하였다가 귀가하면서 저밀주를 데려온다. 저밀주가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큰어머니 손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를 본 저밀주가 큰어미를 떠밀어 죽게 한다. 이어 큰어미의 상여가 나간다. 큰어미 탈의 좌측 색깔은 녹색이고 우측은 고동색이다. 녹색 부분의 입은 위로 올라갔고 고동색 부분의 입은 아래로 쳐졌다. 녹색은 젊음·생산을, 고동색은 죽음을 의미한다. 고성오광대 공연에 철학적 깊이를 더한 과장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이 보는 즐거움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을 갖게 하는 존재론적 공연이 되어, 노동과 삶의 고통을 탈과 연기 전면에 표현하고 있다.
[의의]
고성오광대는 그 내용과 형식면에서 부단히 변화를 거쳐 왔다. 영남 지역 탈놀이의 역사가 대개 100여 년을 아우르는데, 그 근간을 유지한 채 현재의 모습으로 형식화 된 것은 대략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고성오광대는 그 형식과 과정에 천재적 예인 몇몇이 기여한 바 크며, 그들의 부단한 노력은 존경할 만하다.
노력의 결과로 춤도 다양하며 멋들어진다. 완성도 높은 공연물은 그 안에 개연적 연결고리를 포함시킨다. 고성오광대는 과장간의 개연적 연결고리가 없는 대신 오광대 전체를 아우르는 춤, 반주, 대사, 노래의 개연적 연결이 조화롭고 삶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다. 민속연희적 요소보다 공연적 요소가 강화되고 있지만 춤의 고을, 고성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연결고리의 역할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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