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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고요한데 향은 사무치는구나! 학고재, 해강 김규진·소호 김응원 수묵화전

인적이 고요한데 향은 사무치는구나

학고재, 해강 김규진·소호 김응원 수묵화전

해강 김규진의 "월화죽림도" <사진 제공=학고제>
'산심일장(山深日長), 인정향투(人靜香透).' '깊은 산 속 해는 길어져 인적이 고요한 곳에 향이 사무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이다. 난(蘭)은 깊은 숲 속에 홀로 나서 꽃을 피운다. 그럼에도 남에게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신만의 향기를 뿜을 뿐이다. 그래서 예부터 난은 군자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사군자 가운데 하나로 사대부에게서 꾸준히 사랑받았다.

'인정향투'의 은은한 멋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소호와 해강의 난죽'전(展)으로 구한말 난을 가장 잘 치기로 소문난 소호 김응원(1855~1921)과 동시대 대나무의 대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의 작품 34점이 나왔다.

고미술에 안목이 있는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의 소장품이다. 우 대표는 "오래 전 일본에서 나온 작품들을 수집했다"며 "올 해가 난초처럼 향기롭고, 대나무처럼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철 푸름을 유지해 군자의 절개에 비유되는 대나무는 '죽보평안(竹報平安)'이라 해서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호(小湖) 김응원은 묵란(墨蘭)으로 유명했다. 흥선대원군과 교분이 두터워 대원군에게 청탁이 들어온 난 그림을 대신 그려줄 정도로 뛰어난 경지를 보여줬다. 난엽은 첨예하고, 동세는 활달하다.

대원군의 난이 묵직한 '석파란'으로 불리던 데 비해 김응원의 난은 가늘고 단아해 '소호란'으로 불렸다.

소호는 1911년 근대적 미술학원인 서화미술회 강습소가 개설될 때 조석진, 안중식 등과 함께 지도교사진에 포함돼 묵란법을 가르쳤다. 그는 또 행서와 예서에 능했다.

또 다른 근대 서화가 해강(海岡) 김규진은 대나무의 대가였다. 그는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나무를 잘 그렸다. 줄기는 중간 먹으로 그린 후 농묵의 가느다란 선으로 죽간을 표현하곤 했다. 한쪽으로 날리는 댓잎으로 세찬 바람의 느낌을 표현하는 그의 기법은 후대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영친왕에게 서법을 가르쳤으며 사진술을 도입해 천연당사진관을 개업해 어전 사진사로도 활약했다. 해강의 화풍은 젊은 시절 죽사(竹士)라는 호를 사용할 만큼 대나무에 빼어났던 이응노에게 계승된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02)720-1524

[이향휘 기자]